삼성전자 DS 견학을 다녀오고


어제 (2017.08.23) 삼성전자에서 대학생들에게 오픈캠퍼스를 열어줘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 다녀왔다.

우리과에선 기승전삼성 (뭘 하든 결국은 삼성으로 간다) 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부분의 졸업생들이 삼성전자로 취직을 하고,
나 또한 '대학원이나 스타트업에 가지 않는다면 삼성전자에 취직하겠지'라고 마냥 생각하고 있던 지라

이번 오픈캠퍼스는 굉장히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서 방문하게 되었다.


9:30 ~ 10:30까지는 IoT사업부의 상무가 삼성전자 DS가 뭘하는 사업부인지,
그리고 왜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이 필요한지 발표했고,
10:30 ~ 12:30까지는 실제 각 부서 실무진과 만나 부서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Q&A 시간을 가졌으며,
12:30 ~ 1:30까지는 삼성전자 엔지니어들과 밥을 먹고,
1:30 ~ 4:00까지는 'AI 육목대회'를 구경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이번 행사를 통해 크게 3가지 생각을 한 것 같다.


1. 지금 이 시점에 있어서 컴테크는 최고의 선택이다.

우리과에는 다양한 세부전공이 있고 이를 각각 ~테크라고 한다.
예전부터 핫했고 지금까지도 가장 핫한 테크는 회로테크(회로설계), 반도체테크(소자)이고,
컴테크(컴퓨터)는 그동안 많이 저평가 받았고, 옛날의 인식 때문인지 요즘도 많이 꺼려하는 테크트리다.
(이 외에도 전력테크, 제어테크, 신호테크, 통신테크, 바이오테크 등이 있다)

회로테크와 반도체테크는 졸업후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혹은 (아주 잘되면) 인텔에서 하드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굉장히 안정적으로 돈을 많이 번다.
주로 PSPICE를 쓴다고 하는데,
오늘 가서 느낀 점은, 컴테크를 밟은 전기과 학생들이 삼성전자나 하이닉스에 가면 C/C++, Verilog를 쓴다는 점 말고는 회로, 소자를 공부한 하드웨어 엔지니어와 전혀 다를게 없다는 점이었다.
C/C++, Verilog를 쓸 뿐, 하드웨어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직무의 특성, 거기서 오는 대체불가능함은 회로, 소자엔지니어와 전혀 다를게 없다.

하지만 하드웨어 엔지니어보다 더 좋은 점은, 컴테크를 밟은 엔지니어는 하드웨어분야 말고도 네이버/카카오, SK텔레콤, 구글/아마존/페이스북 등 코딩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회사에 취직할 수 있다는 점이다.
회로, 반도체를 전공한 친구들은 잘되면 삼성전자, 잘안되면 하이닉스에 가는거지만, 컴퓨터를 전공한 전기과 친구들은 잘되면 구글, 잘안되면 삼성전자에 가는거고, 여기서 오는 차이는 엄청나다고 생각한다.


2. 삼성은 구글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을 이유가 있어서 스카웃한다.

삼성의 가장 큰 고객은 누구일까?
적어도 DS에 한해서 생각해본다면 삼성의 가장 큰 고객은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이다.

개인에게 파는 SSD는 아무리 비싸봤자 20만원이 넘지 않는다.
(나는 지금 10만원짜리 삼성 SSD를 쓰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회사에서 쓰는 SSD는 하나에 1000만원이 넘는다.
마진이 다르다. 똑같이 1000억원치를 팔아도 기업에 파는 SSD가 100배는 많이 남을 것이다. 게다가 한번 살때 몇만개, 몇십만개만큼씩 산다.
안타깝게도, 이런 기업들과 비교할 때 개인은 그다지 큰 고객이 아니다.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스토리지에 이렇게 큰 돈을 쓰기에 제품을 그냥 사지 않는다.
자신이 운영하는 서비스의 특징에 맞게 제품을 커스티마이징을 해달라 요청하고 구입한다.
예를들어, 서비스가 READ를 많이 할 경우, WRITE를 많이 할 경우 특정 operation을 위주로 최적화해달라는 요청을 하면 삼성전자나 하이닉스에서는 그렇게 해줘야 한다.
그것만으로 모자라 클라이언트 측에서 데이터센터를 설계하는 하드웨어 엔지니어(혹은 아키텍트)를 제조사에 붙여 함께 제품을 최적화하기도 한다.
결국, 클라이언트사를 대표하는 아키텍트가 삼성전자의 엔지니어들 만큼이나 제품 개발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아키텍트들은 삼성전자에서 40대가 되기 전에 상무로 스카웃해간다.
인생을 굉장히 편하게 사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서,
컴퓨터 아키텍처로 석박사 과정을 밟고 구글이나 아마존에 하드웨어 엔지니어로 취직하는게 굉장히 좋은 진로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방문을 통해 대학원진학에 대해 좀더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었다.


3. 삼성은 갈 회사가 못된다.

삼성전자는 좋은 점이 참 많은 회사다.
메모리반도체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메모리반도체가 점점더 중요해지면서 회사는 계속 성장할 것이다.
엔지니어들에 대한 복지도 늘려 주 40시간, 최대 주 52시간 일하면 된다.
월화수목 9시간씩 일하고 금요일날 4시간만 일하고 1시에 집에 갈 수 있다는 말이다.
아무리 봐도 우리나라 대기업들 중에서는 기업문화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하는 회사라고 생각하고, 선진 문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회사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삼성전자 사업장 로비에 들어가자마자 든 생각은
"거대한 정신병원같다"는 것이었다.

회사 전체가 다 하얀색이다. 벽도 하얗고 화장실도 엄청나게 하얗다.
돌아다니면서 슬쩍 엿본 사무실도 온통 하얗다.
게다가 형광등도 굉장히 강렬한 백색을 내뿜으며 내부의 백색을 더욱 백색으로 만든다.
식당도 약간 황토색이지만 그래도 하얗다.
온 세상이 하얗다.
그리고 그 안에서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모든 일정이 끝나고 밖으로 나가면서 개운함과 해방감을 느꼈다.

누군가는 이렇게 얘기할지도 모르겠다.
"너는 단지 오늘 회사에 방문한 것 뿐이고, 여기서 일해보면 너가 느낀 것과 많이 다를거다."

하지만 굳이 일해보지 않더라도,
하루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공간이 이렇게 엉망이라면
장기적으로 분명히 개인의 성격이나 퍼포먼스에 큰 영향을 줄거라곤 누구나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본 것은 회사 인테리어 뿐이었지만,
회사 분위기나 내부적으로 회사 임직원이 갖는 심리 상태또한
내가 본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10년 안에 바뀌기 힘들 것 같다.
그래서 이번 방문으로 적어도 20대에는 삼성에 가지 않아야겠다 생각했다.
내가 구글에서 하드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삼성에서 스카웃제의를 받아 한국으로 돌아올 때 쯤이면 이러한 모습이 바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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